다락방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어 상상을 하기에는 딱 좋다. 천장은 신문지로 도배가 되어 있다. 일종의 ‘파피에 콜레’인 셈이다. 그곳에는 평소에는 같이 있지 않을 물건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다. 물건은 보통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을 연상시킨다. 그리고 이 연상은 거의 강제적이다. 하지만 용도를 잃어버린 물건들은 다르다. 그것들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물건들과 자유롭게 교제를 할 수 있다. 여기엔 모종의 초현실주의가 있다.
- 진중권, 「어린이 정경」 중에서